2021. 8. 4. 00:00ㆍ소소한 요리생활 🍳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
엄마가 몸보신 하라며 전복을 사다 주셨다.
9미 사이즈의 특대 전복이다.
'미'는 전복을 세는 단위로
1kg이 되게 하는 전복의 마리 수를 뜻한다.
그래서 숫자가 낮을수록 전복의 사이즈가 크다.
9미이면 1kg에 9마리
13미이면 1kg에 13마리 라는 뜻이다.
사진으로는 잘 안 느껴지는데 엄청 큰 전복이다.
살아서 엄청나게 활발하게 움직인다.
엄마가 손질까지는 해준다고 해서 옆에서 지켜봤다.
칫솔로 전복 샤워를 시켜준 후 숟가락으로 껍질을 제거했다.
전복 이끼를 닦는다고 닦았는데 새하얘지지는 않았다.
왠지 새하얗게 닦고 싶었는데 엄마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다이소에서 파는 헤드가 큰 칫솔로 몇 번 벅벅 닦으면 금방 닦인다.
이 놈들이 미안하게 아직도 살아있다ㅠㅠ
전복 이빨과 식도를 제거하다가 내장이 터졌다.
(내장이 터져도 살아있다ㅠㅠ)
전복 이빨과 식도 제거 과정은 너무 혐오스러워서 생략했다.
중간에 으악~~~을 몇 번을 외쳤다ㅠㅠ
전복 끝을 꾹 누르거나 가위로 살짝 자르면
갓난쟁이 이빨 같은 전복 이빨 두 개가 뽕 튀어나오는데
그 이빨을 쭉 잡아 당기면
이빨이랑 기생충처럼 생긴 전복 식도가 쭉 딸려 나온다.
맛있는 전복 내장이다.
전복은 내장 색깔로 암수를 구별한다.
왼쪽에 황색 내장은 수컷이고 오른쪽에 녹색 내장은 암컷이다.
암컷이 수컷에 비해 육질이 좀 더 연하다고 한다.
전복에도 암수가 있다니...
아직도 안 죽다니....
먹기가 상당히 미안해진다...
전복 내장 바로 옆에 모래 주머니가 붙어 있는데
먹으면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으니 제거해주는 편이 좋다.
사진에 보이는 딱 저 뿔 모양 저것만 내장이고
옆에 불룩하게 튀어나와 붙어있는 까만건 모래 주머니이니
가위로 잘라내면 된다.
양식 전복은 모래 주머니도 먹어도 상관 없다고는 하는데
굳이 모래를 먹고 싶지는 않다 ㅎㅎㅎ
내 동생은 선물로 받은 전복 한 박스를
모래 주머니가 내장인 줄 알고 제거 안 하고 먹었다가
엄청난 설사 후폭풍에 시달렸다고 한다.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불쌍한 전복에게
잔인하게 칼집을 내 보도록 하자...
버터가 잘 스며들도록....
살이 아주 연하고 부드러워서 살짝만 그어도 잘 잘린다.
전복버터구이는 상당히 잔인한 요리이다.
칼집이 잔뜩 들어간 전복을 이제 뜨거운 기름에 구워보려 한다.
맛남의 광장에 나온 백종원 아저씨의
전복버터구이 레시피로 해 보려고 했는데
통마늘이 없어서 다진 마늘만 넣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느껴지는데 전복이 너무 커서
(오바 쬐금 보태서 거의 손바닥만 했음)
버터로만 익히면 잘 안 익을 것 같아서 식용유로 초벌구이를 해 줬다.
너무 오래 구우면 전복이 질겨질 수 있어
식용유로 앞 2분 뒤 2분
딱 요렇게만 뒤집어서 구워줬다.
마늘향과 비주얼이 미쳤다.
식용유로는 앞 뒤 딱 2분씩만 구워주고
식용유를 모두 제거한 뒤 버터 투하!!!!!
버터는 아낌없이 팍팍 투하!!!
나는 무염버터를 쓰기 때문에 따로 소금간을 해 줬다.
가염버터일 경우에는 간은 따로 안 해도 될 듯.
식용유로 초벌을 했으니
버터향이 배일 정도로만 구워줘도 되고
크리스피하게 먹고 싶으면 좀 더 구워도 되고
여기서부터는 취향 차이
노릇노릇 꼬소한 전복버터구이가 완성이 되었습니당 🎉
마지막으로 팬에 남은 버터를 전복에 끼얹고
후추만 뿌려주면 진짜 완성!
살이 아주 야들야들하면서 버터 덕분에 꼬소하고
마늘향도 솔솔 나는 게 아주 맛있는 여름 보양식이다.
불과 몇 분 전까지 꼬물꼬물 살아 움직이던 전복들이
내 뱃속에서 사망했다...
잔인하지만 넘나 맛있는 전복버터구이 대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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