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4. 15:53ㆍWhat I love/Films 🎞
이동진 평론가님과 평론가님의 평론, 영화에 대한 분석 등등을 좋아해 평소 즐겨 찾아본다.
그래서 이동진 평론가님이 하는 GV를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들로 엄두도 못 내다가 이번에 '헤어질 결심' 이라는 영화로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 언택트톡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남친이 예매를 해줬다.
미리 녹화된 영상을 틀어주는 언택트톡이기도 하고 전국 20개 CGV 극장에서 열리는 거라 예매하는 게 어렵지도 않았고 실제로 볼 때도 좌석이 반 이상은 비어 있었다.
2시간 20분의 긴 러닝타임 끝에 1시간여의 언택트톡이 남아있다. 언택트톡은 영화가 끝나고 거의 바로 시작하므로 화장실에 가고 싶은 분들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후딱 갔다 와야 한다. 헤어질 결심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정훈희 & 송창식의 안개가 나오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 화장실을 갈 수가 없었다.
이동진 평론가가 올해 처음 별 5개를 준 영화. 그리고 탕웨이와 박해일과 박찬욱 감독. 안 볼 이유가 없는 영화.
글을 잘 쓰는 것도 영화를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언택트톡에서 이동진 평론가님과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이 좋아 인상 깊었던 것들 몇 가지를 남기려고 한다. (밑에부터 스포주의)
너무 이쁜 탕웨이♡
헤어질 결심의 정서경 작가가 평소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가 탕웨이라 기획 단계부터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탕웨이를 캐스팅하려고 '서래(탕웨이)' 역도 일부러 중국인으로 세팅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말이 서툰 탕웨이를 캐스팅해서 생긴 언어의 장벽이라는 물리적인 제약이 오히려 창조적인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고 박찬욱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뭔가 빠르게 말하거나 중요한 이야기들을 할 때는 서래가 중국어로 말하고 통역 앱을 사용하는데 서래가 중국어로 말하는 동안은 자막도 없이 관객들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상황이 관객들이 해준(박해일)과 서래의 답답한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되는 상황으로 연출되었다고.
서래가 중국어로 혼잣말로 이야기한 녹음본을 해준이 번역하는 과정에서 서래가 해준의 '마음을 갖고 싶다'라고 말한 것이 실수로 '심장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잘못 번역이 된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해외에서 상영할 때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할 때에는 또 다른 뉘앙스가 되기 때문에 '마음'과 '심장'을 영어로는 heart와 head로 불어로는 마음과 몸으로 번역이 되었다고 말씀하신 부분도 흥미로웠다 🙂
헤어질 결심은 팜므파탈 캐릭터가 있는 전통적인 필름 누아르처럼 시작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팜므파탈처럼 보였던 여자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각본의 핵심이라고. 이동진 평론가님이 말씀하시길 탕웨이/박해일/박찬욱이 모인 영화라면 그 영화는 이미 섹슈얼리티, 치정, 육체적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영화가 지고지순한 진짜 사랑으로 끝났다고 ㅎㅎㅎ 또 이동진 평론가님은 헤어질 결심에 실제 관계 장면 묘사는 없지만 기도수가 죽은 봉우리나 담뱃재, 자라에서 암시적인 섹슈얼리티를 보셨다고 하는데 이에 박찬욱 감독님도 그래픽한 성적 묘사는 없지만 에로티시즘은 느껴지게 연출하셨다고 답했다.
해준이 쫓는 범인인 홍산오 역으로 카메오로 출연한 박정민 배우. 이 역할은 작은 역이어도 사진으로 한 번 보고 실물로 나왔을 때 누구든 딱 알아볼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스타가 필요해서 박정민 배우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코미디언 김신영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전부터 연기를 잘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 대학로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처럼 캐스팅 하셨다고 🙂 이동진 평론가님도 김신영 배우가 이물감 없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고 칭찬하셨다. 진짜로 헤어질 결심에 나온 김신영은 다비 이모도 김신영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ㅎㅎ
서래의 두 번째 남편으로 나온 임호신(박용우).
이 영화의 제목인 '헤어질 결심' 이라는 대사가 영화에 딱 한 번 나온다. 해준이 서래에게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인 호신 같은 그런 남자를 어떻게 만나서 결혼했냐고 물었을 때, 서래가 해준에게 '너랑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결혼한거다' 라고 한다. 누군가와 헤어질 결심으로 한 결혼. 헤어질 결심.
해준은 미결 사건의 용의자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고 계속해서 들여다본다. 서래는 그런 해준에게 너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다며 벽에 사진 붙여 놓고 내 생각만 하라는 무시무시한 요구를 하고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러 바다로 향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런 엔딩 장면을 '압도적인 처연한 느낌' 이라고 표현했다. 나에게도 엔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서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에서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전혀 없었지만 그 방법이 너무도 충격적이라 영화가 끝나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여담으로 박찬욱 감독은 엔딩 장면에서 영화의 처음을 상기시킬 수 있는 기도수가 죽은 비금봉과 비슷한 느낌의 바위가 필요해서 동해에서 산 모양의 바위를 촬영하고 서해에서 낙조를 촬영하여 합쳐서 편집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래 아파트의 벽지!
산으로 보이기도 하고 파도로 보이기도 하는 패턴의 벽지. 어디선가 박찬욱 감독은 벽지 장인이라고 인테리어 업체 해야 된다고 하는 글을 봤는데 ㅎㅎㅎ 실제로 벽지 선택에 엄청 공을 들이셨다고 한다.
헤어질 결심.
영화 자체도 좋았지만 후에 이동진 평론가님과 박찬욱 감독님이 나눈 말씀들을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던 좋은 시간이었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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