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9. 16:53ㆍWhat I love/Films 🎞
이동진 평론가님의 '베르히만 아일랜드' GV를 다녀왔다.
그동안 다녀온 GV는 이동진 평론가와 감독이 함께하는 GV라 이동진 평론가님의 이야기보다는 감독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분위기여서 뭔가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이동진 평론가님이 혼자 진행하는 GV여서 영화 상영 후 '베르히만 아일랜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해설해 주신다고 하여 얼른 예매했다.
'베르히만 아일랜드' GV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진행되었다. 광화문 씨네큐브는 처음 가봤는데 분위기가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씨네큐브는 2000년에 개관해 현재 남아있는 영화관 중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이라고 한다. 오래돼서 낡았을 줄 알았는데 엄청 깔끔하다.
특이하게 씨네큐브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다. 음료수도 안 되고 오로지 물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영화관이면 당연히 있는 줄 알았던 그 흔하디 흔한 팝콘 부스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영화관이 더더욱 깔끔하다. 영화도 정시에 시작하여 10분이 지나면 아예 입장이 불가하다. 예술 영화관의 에티켓 전통이라고 한다. 광고도 없고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상영관에 불도 켜지 않는다. 상영관도 2개뿐인데 그마저도 1개 관은 70석 정도밖에 안 되는 자그마한 상영관이다. 이 바로 전에 갔던 최악의 영화관 잠실 월드타워 롯데시네마와 극명하게 비교되면서 씨네큐브가 더 마음에 들었다.
'베르히만 아일랜드' GV.
베르히만 아일랜드는 전설적인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자취가 있는 포뢰섬으로 향하는 한 감독 커플의 이야기이다. 이동진 평론가님의 인생에서 영화에 빠지게 만든 두 감독 중 한 명이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라고 한다. 외국어 발음이라 표기가 정확하진 않지만 이동진 평론가님은 '베르히만' 이 아닌 '베리만' 이라고 하신다고. 암튼 이동진 평론가님이 홀로 진행하시는 GV는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밑에부터 스포주의)
스웨덴의 포뢰섬은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여러 편의 영화를 연출했던 장소이기도 하고 여생을 보낸 장소이기도 하여 일명 '베르히만 아일랜드' 라고 불린다고. 이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의 감독인 '미아 한센 러브(뢰뵈)' 감독이 베르히만 주간에 상영되는 영화제에 초청되어 포뢰섬에 갔다가 이 섬에 반해 여름에 4~5번 더 가게 되면서 이 섬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베르히만 감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화인들에게는 베르히만 감독이 엄청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고 포뢰섬도 의미가 있는 섬인가보다. 배우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도 포뢰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감독도 포뢰섬 방문 후 베르히만 감독의 '결혼과 풍경' 에서 영감을 받아 결혼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베르히만 감독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베르히만 무덤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2007년도에 포뢰섬까지 다녀 오셨다고.
이 영화는 극중극 형식으로 여자 주인공인 크리스(빅키 크리엡스)가 남편 토니(팀 로스)에게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 안의 주인공이 에이미(미아 바시코브스카)와 조셉(안데르스 다니엘슨 리)이다. 크리스와 토니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고 사이도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둘 사이에 균열이 있다. 그래서 크리스는 남편 토니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시나리오 속 주인공인 에이미와 조셉을 통해 자기도 몰랐던 자기 삶에서 중요한 문제인 남편과의 '균열'을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집어 넣는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이를 예술세계로 삶이 '틈입' 한다고 표현하셨다. 또 반대로 크리스가 그렇게 만든 예술을 다시 삶으로 틈입시켜 동력을 얻는다고도 하셨다.
크리스와 에이미는 둘 다 사랑의 관계에서 을이다. 토니와 조셉, 남자가 갑인 영화.
그런데 이동진 평론가님은 그렇다고 해서 남편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하셨다. 토니는 그냥 '냉' 한 사람일 뿐이고 크리스는 '온' 한 사람이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크리스가 절망하면서 균열이 생기는 거라고.
남편에 대한 크리스의 결핍이 똑같이 찍힌 두 장면, 침대 장면에서 드러난다. 크리스가 남편에게 삐져 침대에서 돌아 눕는데 달래주려고 한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크리스는 혼자 운다. 크리스의 이야기 속의 에이미와 조셉은 대조적으로 에이미가 삐져서 돌아눕자 조셉이 키스를 하고 관계를 맺는다. 크리스가 현실에서의 결핍을 본인의 소망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 속에 넣은 장면. 뭔가 슬프구만.
그렇다고 크리스가 막 절망하고 슬퍼하는 영화가 아니라 남편의 영향권으로부터 조금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그러면서 이동진 평론가님이 미아 한센 뢰뵈의 바로 전작 '다가오는 것들' 이란 영화와 이 영화를 비교하며 상처에서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러면서 '내적 근력' 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멋진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이동진 평론가님을 좋아했지만 이번 GV를 통해 다시 한번 이동진 평론가님이 진짜 대단하다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1시간 이상을 이 영화에 대해 아주 빠르고 명료하게 아무것도 보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쫘자자작 이야기를 쏟아 내시는데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영화보다 더 재밌는 이동진님의 해설. 최고!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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