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6. 18:06ㆍWhat I love/Films 🎞
용산 아이맥스에서 이동진 평론가님의 GV로 조던 필 감독의 '놉'을 보고 왔다.
영화가 그냥 미쳤다. 끝나는 순간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오랜만에 진짜 너무너무 재밌는 영화를 보고 왔다. 근데 다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우리집에 있는 강아지가 무서워짐 ㅎㅎㅎㅎㅎ 영화 과몰입 ㅎㅎ
예고편으로 다시 봐도 짜릿짜릿 ㅎㅎ
조던 필 감독이 워낙에 영화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고 예고편을 봐도 놉이 도대체 뭔 영화인지 예상도 못 하게 만들어놔서 직접 가서 보면 머리를 한 대 띵 맞은 것처럼 도대체 이 영화 뭐지? 라는 생각이 든다 ㅎㅎ
암튼 이런 엄청난 영화를 용아맥에서 이동진 평론가님 GV로 보고 왔다. 놉은 웬만하면 꼭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하고 (아이맥스로 찍은 장면들이 너무너무 신났음🥹) 그리고 영화보다 더 재밌는 이동진 평론가님 GV는 완전 최고였다.
GV가 끝나고 다음 회차 영화가 있어 이동진 평론가님에게 주어진 시간이 딱 1시간이었는데 이동진 평론가님은 이 영화에 대해 5시간도 떠들 수 있을 만큼 할 얘기가 많다고 하셨고 1시간을 래퍼처럼 숨도 쉬지 않고 쉴 새 없이 말씀하셔서 다른 GV에 비해 거의 2배의 양을 말씀하셨다. 그중 흥미로웠던 것 몇 가지만 정리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하는데 이 영화는 극도로 스포일러에 노출되면 안 되는 영화이니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절대로 아래로 내리지 말 것을 추천!
❌ 스포주의 ❌
'놉'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얼핏 봤을 때 UFO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외계에서 온 거대한 식인 동물이었고 그 식인 동물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이 식인 동물을 '진재킷'이라고 부르는데 영화에 진재킷이 처음 등장할 때 누가봐도 전형적인 비행접시 원반 모양이어서 아 이영화는 UFO에 대한 얘기구나 하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함정이라고 평론가님이 말씀하셨다. 나도 진재킷이 제대로 등장하기 전에 주프네 아이들이 외계인같은 탈 쓰고 장난칠 때 진짜 외계인인 줄 알고 외계인이 UFO 타고 온 영화인 줄 알았다. 암튼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뒷 부분으로 가면 진재킷이 UFO 같은 모양에서 오목한 모양으로 바뀌고 거의 마지막에는 막 갈라져서 해파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초에 UFO로 착각하게 만든 방식이 감독이 관객의 SF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 흥미롭다고 하셨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진재킷 같은 저런 외계 생물이 나타나면 그 생물체를 죽이려고 싸우는 이야기인데 놉에서는 죽이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진재킷을 '찍으려고' 싸운다. 그러면 이 영화 속에서 진재킷과 싸우는 인물들은 진재킷을 왜 찍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은 찍어야 진재킷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지점에서 이 영화를 인종주의적으로 볼 수 있다고. 이 영화는 지난 몇 십여년 간 미국에서 있었던 흑인들에 대한 과한 공권력의 폭력적인 사건들을 은유한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흑인들에게 유독 과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항상 그래왔지만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찍기 시작하면서였다. 카메라로 찍는 순간 증거가 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 나오는 하늘에 떠 있는 진재킷을 공권력 혹은 경찰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증거를 남기기 위해 진재킷을 찍어야만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한 여행 유튜버가 미국 흑인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 속에 나오는 흑인들이 백인 경찰들은 항상 자기들을 감시하고 있고 괜히 시비를 걸고 잘못하지 않은 일로 꼬투리를 잡아 실제로 1년 넘게 징역을 살고 나왔다고 하는 인터뷰였는데 보면서도 으잉?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도 가능하다고? 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흑인들이 밀집되어 있는 동네를 그 유튜버와 흑인이 같이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으면서 걸어 다니는데 순찰을 돌던 백인 경찰이 차를 세워 시비를 거는 건 아니고 그냥 뭐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데 인상착의가 이러저러한데 본 적이 있냐 정도로 물어보는 평범한 상황이었는데 경찰이 가자마자 흑인들은 경찰이 자기들한테 시비걸고 싶은데 떡하니 '카메라'가 있어서 못 그런다고. 미국에 사는 흑인 인권은 개나 줘버려야 된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잘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 '놉'을 보고 다시 영상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놉'을 경찰에 대한 흑인들의 투쟁을 SF에 은유해서 담은 영화라고 말해버리는 순간 '놉'이 너무 얄팍한 영화가 되어버려서 절대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하셨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진재킷을 해치우려 싸우는 팀구성을 보면 제일 능력있고 가장 믿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백인 남자인 홀스트가 제일 먼저 죽는다. 그리고 주인공인 OJ는 흑인이고 엔젤은 히스패닉이고 마지막에 진재킷을 죽이는 인물인 에메랄드는 가장 약하다고 볼 수 있는 흑인이자 여자이자 심지어는 레즈비언이다.
영화의 거의 처음 시작에 침팬지가 사람들을 죽이고 소녀를 뜯어먹는 아주 고어한 장면이 나온다. '고디가 왔다' 라는 시트콤을 찍다가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시트콤에서의 가족 구성도 인종주의적으로 볼 수 있다. 백인부부와 친딸로 보이는 백인 소녀, 입양아로 보이는 동양인 아들 그리고 자식처럼 키우는 것으로 보이는 침팬지가 시트콤 속 설정이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이러한 설정 자체가 이 집에서의 아이의 위치가 사실 침팬지와 다를 바가 없는 같은 위치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셨다. 백인부부 사이에 동양인 소년(주프)이 있다는 자체가 누가 봐도 부모가 낳은 자식이 아닌데 이것을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백인 딸이 있고 그리고 짓궂게 침팬지 한 마리를 가족에 집어넣었다. 그래서 침팬지(고디)가 주프를 죽이지 않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사실 침팬지와 주프 사이에 내적인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고.
영화를 보면서도 궁금했던 점. 고디는 왜 주프는 죽이지 않았을까? 시트콤을 촬영하는데 헬륨 풍선이 갑자기 빵 하고 터져 버리면서 고디가 발작을 하기 시작한다. 촬영을 하는 상황 자체가 동물에게는 굉장히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었을 텐데 풍선이 빵 하고 터지면서 트리거가 됐을 거라고. 암튼 고디가 발작을 일으켜 백인 부부를 죽이고 백인 딸의 얼굴을 뜯어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그 백인 소녀의 신발 한 짝이 기이하게 곧게 딱 서 있는 장면이 클로즈업된다. 영화를 보면서도 뭐지 저 신발은 뭐지 궁금했는데 이동진 평론가님이 말씀하시길 주프는 그 신발이 서 있는 기이한 장면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거라고 하셨다. 영화 속에서 계속 동물을 볼 때(진재킷이든 말이든)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프도 고디가 난동을 부릴 때 고디의 눈이 아닌 신발로 잠시 눈을 돌려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그리고 이것이 바로 Bad Miracle. (이 나쁜 기적 때문에 주프는 나중에 진재킷의 먹이가 됨)
'놉'에서는 영화의 역사에서 최초의 영화로 알려져 있는 1878년도 머이브릿지의 말 탄 흑인의 영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놉'이 머이브릿지의 2초짜리 영상을 리메이크한 영화구나 라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에메랄드(케케 파머)가 두 번 연달아 머이브릿지의 영화를 찍은 것이라는데 첫 번째는 마지막 순간에 OJ가 말을 타고 오는데 역광이라 눈이 부셔 에메랄드가 눈을 감았다 뜬다. 이 때 역광속에 서 있는 오빠의 모습은 백마탄 왕자처럼 보이고 감았다 뜨는 눈은 카메라에 비유가 되고 오빠는 머이브릿지 영화의 흑인 기수에 비유가 돼 에메랄드의 눈으로 찍어낸 영화라고. wow. 두 번째는 에메랄드가 진재킷을 처지하는 과정에서 주프의 어린시절을 형상화한 커다란 꼬마 보안관 풍선 인형을 하늘로 올려 보내고 우물 사진관에서 연속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우물은 원형이고 눈으로 형상화가 되어 있다고. 그리고 그 사진 속에 잡힌 진재킷은 말로, 꼬마 보안관 풍선 인형은 카우보이로 비유가 돼 결국 머이브릿지의 영화 속 말 탄 기수와 똑같게 되는 거라고. 심지어 머이브릿지가 영화를 찍은 방식과 같은 방식인 사진기로 에메랄드가 최초의 영화를 재현한거라고. 와. 이걸 들으면서 진짜 이동진 평론가님이 미쳤다고 생각했음 ㅎㅎㅎ 영화 한 번 보셨다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신건지.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제목인 'NOPE' 에 대한 이야기.
조던 필 감독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NOPE 이 'Not of Planet Earth' 나 'Not on Planet Earth' 다 이런 얘기들이 있다고 ㅎㅎ 이동진 평론가님은 비극적인 스펙타클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려고 하는 행동들에 '놉' 이라고 말하며 그런 행동을 경계하고자 하는 제목이라고도 말씀하셨다. 나는 뭔가 우리집 강아지가 떠오르면서 강아지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 '안 돼!' 라고 하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강아지에게 하듯이 진재킷에게 '안돼!', '놉!' 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ㅎㅎㅎㅎ
진짜 오랜만에 너무너무너무 흥미로운 영화를 봐서 너무 신났다. 아이맥스로 보는데 진짜 너무 실감나고 신나서 나도 OJ랑 에메랄드랑 같이 진재킷을 해치우는 현장에 있고 싶었음 ㅎㅎ 놉 최고!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놉 포스터
영상 출처 : 유튜브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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