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sun] 아빠가 보고싶어지는 영화 애프터썬 | 이동진 평론가 코엑스 메가박스 GV 후기 (스포주의)

2023. 2. 23. 20:18What I love/Fil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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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동진 평론가님의 GV를 다녀왔다. 애프터썬 첫 GV를 놓쳐서 아쉬웠지만 영화가 너무 슬플 것 같아 차라리 잘됐다 했는데 별점 5점 만점을 주시고 앵콜 GV까지 열려 안 갈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영화가 너무 더 슬퍼서 보고와서도 한동안 힘들다가 이제서야 쓰는 리뷰. (스포주의)

 

포스터가 너무 예쁘다.

어떤 블로그에서 이 포스터를 보고 처음엔 영화관에서 애프터썬 팜플렛 고이 접어 가져와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신 줄 알았는데 애초에 이렇게 생긴 것이었다. 접힌 자국이며 화질이며 색감이며 애프터썬에 딱 맞는 너무 예쁜 포스터 -

 

 

 

이 두 포스터도 예쁘다. 

 

 

 

aftersun은 너무 슬픈 영화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힘든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눈물 버튼이 될거다. 나에게도 마찬가지.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잘 참았는데 너무 슬픈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시에 옆에 앉은 여자분이 훌쩍대셨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져서 이후에 이동진 평론가님 GV 하시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저절로 이 영화의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거란 생각이 든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감동적인 영화일 경우, 감정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일수록 더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그리고 실제로 감독이 스코틀랜드 사람이라는 점,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적어 남매 소리를 들었다는 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점에서 아마도 이 영화가 감독의 아픈 추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신다고 하셨다. 

 

 

 

이 영화의 제목인 'aftersun'은 햇빛에 탄 피부에 바르는 로션을 뜻한다. 예를 들면 수딩젤 같은. 이 영화의 감독과 비슷한 아픈 경험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감독이 왜 이 영화의 제목을 애프터썬으로 지었는지 알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아마도 31살이 된 소피에게는 지금 아버지가 없는 것처럼, 돌아가신 것처럼, 아마도 자살하신 것처럼, 터키에서의 딸과의 여행이 마지막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가장 커다란 동력은 '근데 왜 난 그때 몰랐지?' 라고 한다. 어른이 된 소피는 지금 현재 자신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 두려움 같은 것들 때문에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20년 전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려고 하는 거라고 평론가님이 말씀하셨다. 소피 같은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감독님에게 이 영화 자체가 본인의 애프터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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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보일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가 딸과 아빠의 아름답고 애틋한 추억 영화로 그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너무 슬픈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둘 다 잘못 봤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동진 평론가님이 말씀하신, 영화 속에서 아버지가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들을 듣고 나면 이 영화는 역시 슬픈 영화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소피가 침대에 누워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얘기를 하자 아빠의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을 돌리려고 하는 장면. 또 파란 하늘에서 아름답게 패러글라이딩 하는 장면을 잠시 뒤에 패러글라이딩 하는 하늘을 역으로 물에 비친 모습으로 보여주며 물속으로 침몰하는 느낌을 주며 죽음의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 투신의 느낌을 주는 베란다에서 아버지가 뛰어내릴 듯한 장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버지를 보여주는 것들. 터키를 여름에 갔는데 가장 싼 객실이었을 것인 에어컨이 없는 호텔방. 국제전화도 안 되는 호텔. 딸인 소피를 데리고 무전취식하는 장면. 아이스크림을 하나만 시켜 나눠 먹는 장면. 

 

 

 

또, 아빠가 죽음을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이 있다. 소피가 아빠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 그걸 보고 아빠가 선글라스를 잘못 끼다 선글라스에 뇌가 찔려 죽은 사람이 있다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든지 머드팩을 발라주며 클레오 파트라가 자살한 이야기를 하는 등의 죽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아빠가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은 없기 때문에 보는 내내 아버지가 어딘가 우울해 보이긴 했지만 나는 그냥 짐작만 할 뿐이었는데 이동진 평론가님이 싹 정리를 해주시니 더 슬퍼짐.....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제일 슬펐던 장면.

패키지 여행을 하는 도중, 아버지의 생일날 소피는 같이 다니는 관광객들과 함께 서프라이즈로 아빠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이때 위에서 지켜보는 아빠의 얼굴이 역광이라 잘 안 보이는데 디졸브로 이어지는 바로 다음 장면이 너무 슬프다.

 

 

 

오열하는 아빠의 뒷모습. 이 장면은 당시 소피는 보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빠가 그때 어땠을까를 상상했을 때 소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난 엔딩신보다도 이 장면이 제일 마음이 아팠다.

 

 

 

애프터썬 너무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힘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조금 고민하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샬롯 웰스 감독님은 이 영화를 만들고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셨기를.

 

 

 

 


* 사진출처 : Aftersun Official Trailer / 네이버 영화 애프터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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