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8. 23:32ㆍWhat I love/Films 🎞
원래는 '이니셰린의 밴시' GV 예매해놨는데 바로 다음날 이동진 평론가님이 '어떤 영웅' GV 하신다고 해서 이니셰린의 밴시 바로 취소하고 어떤 영웅으로 예매 성공 🙂 (스포주의요!)
이란 감독인 아쉬가르 파라디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을 평소에 너무 좋아한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이 나오다니! 게다가 이동진 평론가님 gv라니! 무조건 가야했음 ㅎㅎ
어떤 영웅 GV는 이동진 평론가님과 김중혁 작가님이 함께 하는 GV였다.
김중혁 작가님도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님의 팬이어서 어바웃 엘리 빼고 영화를 다 보셨다고 한다. 나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보고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님 영화에 완전 빠져버려서 그 이후로 팬이 되었다. 나는 어바웃 엘리도 봤음 😆
이동진 평론가님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님은 좋은 스토리텔러라고, 우리가 다 아는 얘기를 어떻게 2시간이나 하지 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세상에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깊고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영화가 끝난 후에 더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가 딱 그런 영화인 것 같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보통 어떤 도덕적인 딜레마에 처하는 상황을 겪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만드는 순간순간의 결정들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진짜 별거 없는 이야기, 그냥 진짜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어떤 사람들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가 너무 지루하다고 다큐 보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 순간순간의 선택들, 그 선택들을 하면서 생기는 상황, 대사들이 너무 꿀잼이라 여느 액션 영화들보다도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어떤 영웅이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이후 가장 완벽하고 영화 전체의 상황을 통제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처음 봤을 때의 감탄이 다시 느껴진다고 하셨다. 나도 이 영화가 좋긴 했는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너무 넘사로 좋았어서 그 정도는 아니었음 😁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영화 중 하나에 이동진 평론가님이 '모든 인물이 저마다의 일급 변호사를 고용한 듯' 이란 코멘트를 하신 적이 있는데 정말 찰떡인 한줄평이다. 아쉬가르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영화를 보다 보면 그 모든 인물들의 사정이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된다. 그래서 영화에 딱히 악역이 없다. 평론가님이 이 영화에서 굳이 굳이 빌런을 찾자면 주인공인 '라힘'이 돈을 못 갚은 '바람'이 되겠지만, 바람 입장에서 보면 또 본인은 돈을 못 받았으니 그런 행동들을 하는게 이해가 간다고.
라힘이 못 갚은 돈이 15만 토만인데 이란 환율을 몰라 영화를 보는 내내 15만 토만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건지 계속 궁금했는데 이동진 평론가님도 역시나 궁금해서 찾아보셨다고 한다.ㅎㅎ 15만 토만은 우리 돈으로 대충 5,000만 원 정도인데 이 5,000만 원의 액수 설정이 너무 끝내주는 것 같다고 감탄하셨다고 한다. 만약에 빚진 돈이 5억이라면 누가 봐도 라힘을 용서하기 힘들 것 같고, 500만 원이면 누가 봐도 용서를 해줄 것 같은 금액인데 5,000만 원은 가족 간에도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기 아주 적절한 금액처럼 보인다고. 이후에 나오는 돈의 액수 설정도 라힘의 여자친구가 주운 금화의 시세가 처음에는 빚인 15만 토만의 정확히 딱 절반이 75,000 토만. 라힘이 절반은 이걸로 갚고 절반은 일해서 갚자라고 생각하기 좋은 금액이었을 거라고. 그런데 1주일 후에 다시 금거래소에 가보니 그새 금 시세가 떨어져 7만 토만이 되는데, 빚의 절반 이하의 금액이 되니 안 팔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하는 좋은 설정이라고. 그러다 금화는 돌려주게 되고 그 보상 격으로 자선행사 모금으로 돈을 받게 되는데, 그 금액이 또 절묘하게 7만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34,000 토만 ㅎㅎㅎ 갚아도 갚은 것 같지 않은 애매한 금액 ㅎㅎㅎ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의 인물들은 사소한 잘못, 사소한 거짓말들을 하는데 나중에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너무 크다고 이동진 평론가님이 말씀하셨다. 이 영화에서도 라힘이 한 잘못은 TV 인터뷰를 할 때 사채를 은행 대출이라고 한 것, 여친이 주운 금을 자기가 주운 것처럼 말한 것, 금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훌륭한 일을 했다고 조금 과시하고 싶어했던 것 정도이지 사실 엄청 큰 잘못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잘못되긴 했지만 사람을 죽였다던가 하는 중범죄는 아니니) 그런데 이런 사소한 잘못들이 점점 감당이 안 되어 뒤로 갈수록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들을 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게 되면서 라힘이 발버둥치다 내리는 최후의 도덕적인 선택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평론가님은 이 영화가 도덕적인 하한선을 지키는 것도 '영웅'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라힘은 마침내 지켰고 이 사람도 그래서 '영웅'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서 라힘이 두 가지 도덕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이셨다.
첫 번째는 금화를 돌려준 것, 이것은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시민 사회의 도덕 같은 것이라면, 두 번째 도덕적인 일은 밑바닥에서 아들의 상처인 말더듬이를 이용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은 것. 이것은 실존적인 도덕으로, 지키지 않으면 하한선 밑으로 떨어져 버리는 도덕인데 라힘은 마지막 순간에 아이를 이용하지 않았고, 때문에 다시 감옥으로 가게 되고 그래서 마지막 부분이 감동적이다라고 정리해 주셨다. 👍🏼
'어떤 영웅'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처럼 역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다시 봐야지.
코엑스 메가박스로 GV가면 응커피 라떼 먹어서 개이득 😝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어떤 영웅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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